제로에너지건축물? -2편-
제로에너지건물을 짓는 목적
건축주가 제로에너지건물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무래도 에너지비용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특히 아파트생활을 하다가 단독주택으로 전향한 많은 선배건축주의 후담을 통해 그 막대한 에너지비용의 무서움이 널리 알려지 탓이기도 하다.
모두가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집을 짓고자 결심한 다음부터 검색을 해서 보이는 모든 것이 탐난다. 다 가지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림같은 정원, 넓은 데크, 멋진 테라스, 특정 상표의 주방, 욕실 용품은 어찌 그리 다양하고 이쁜지...
건물의 요소뿐만이 아니다. 마당에 텐트도 한번 쳐볼까? 아! 야외 이동 수영장도 있네. 이 바비큐그릴은 보기만 해도 커뮤니티가 저절로 형성되는 것 같아...
그러나 하다 보면 미처 생각도 못한 비용이 추가되고, 각종 세금까지 더해지면 제로에너지는커녕 맨 바닥에 잘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결국 매달 내는 에너지비용에 대한 고민은 어느덧 맨 후순위로 밀리게 되고, 이와 함께 “제로에너지”라는 단어도 저 멀리 떠나게 된다.
하지만 막상 단독주택에서의 삶이 시작되면, 매달 날라 오는 요금고지서는 곧 현실이 된다. 그 현실을 직시하기 에는 사 놓고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창고 속의 그 수많은 단독주택용 물건들이 야속할 뿐이다.
그럼 제로에너지주택을 위해 꿈꾸던 단독주택의 재미를 만드는 요소를 모두 포기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왜 단독주택을 짓는지를 다시 되물어야 한다. 에너지비용은 현실이지만 아이의 해맑은 노래 소리도 현실인 것은 마찬가지다.
제로에너지“건물”이다. 즉 “제로에너지”는 형용사일 뿐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이는 단독주택으로 보면, 주택에서의 행복한 삶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정말 최고급의 바비큐그릴과 이를 위한 데크, 포치를 가지고 싶다면 그 것을 해야 한다. 하지만 몇 번을 냉정히 고민해서 정말 자주 사용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비용을 에너지절감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국 내가 살 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기적 플랜에서도 제로에너지보다 우선되는 개념이 있다. 그 것은 “쾌적한 삶”이다.
패시브/제로에너지건물의 세가지 조건 - 쾌적, 저에너지, 경제성
이 세가지 단어는 분명한 우선 순위가 있다. 모든 건물은 우선 쾌적해야 하고, 에너지를 적게 사용해야 하며, 이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경제적이어야 한다. 또한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즉 어느 한 가지가 소홀히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엄청난 에너지비용을 지불하면서 쾌적한 것은 안 된다는 의미이고, 에너지도 적게 쓰고, 쾌적한 집이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 비용을 크게 들이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세가지가 “또는”으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로 묶여야 한다.
이 중에서 첫 번째가 “쾌적”임을 주목해야 한다. 결국 이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즉 제로에너지건물의 목적이 “에너지제로”가 되면 쾌적과 경제성이 함께 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쾌적하면서 에너지도 안 쓰는 건물을 어떻게 경제적으로 지을 수 있는가? 당연히 비싸지 않나?”
가격은 올라간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경제성은 “쓸모 없는 과투자와 중복투자를 하지 않는다.”, “전체 집의 균형을 맞춘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패시브/제로에너지건물의 실현 가능성
그럼 이런 집을 지금 당장 지을 수 있을까? 지금 기술로 가능할까?
가능하기도 하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문제는 바비큐그릴을 구입할 때 고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떤 그릴을 살 것인가’를 한참 고민을 하게 된다. 디자인도 보고, 가격도 보고, 성능도 보고, 댓글도 보고, 국산/외산도 보고, 배송비도 보고, 모든 것을 다 보아야 한다.
제로에너지건물도 마찬가지다. 단열 잘하고, 좋은 창을 쓰고, 태양광 달면 제로에너지가 될까? 그렇지 않다. 물건 하나에 검토할 것이 저리도 많은데, 집 전체의 성능을 결정하는데 세 가지 단어로 완성될 리가 만무하다.
우리의 건축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구조를 이야기할 때 “짱짱하다.”, 단열을 이야기할 때 “충분하다.”, 좋은 창을 이야기할 때 “수입이다.”, 태양광을 이야기할 때 “공짜다”
우리는 큰 비용에 둔감하다. 2억, 3억을 지불하니 세세한 비용에 둔감해진다. 아니 어쩌면 물건 하나 하나의 비용은 눈에 쉽게 들어오기 때문에 민감해질 수 있으나, 건축비는 너무 복잡해서 민감해질 엄두가 나지 않게 되고, 가장 쉬운 “평당공사비”만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기술적으로, 비용적으로 패시브/제로에너지건물은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전에 우선 “집 다운 집”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의 단독주택 시장은 “하자”와 “충분한 단열”을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이가 하자 없는 집을 바란다. 공급자가 품질을 결정하는 아파트는 모르겠지만, 건축주가 대부분의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단독주택은 하자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제로에너지주택을 위해 사용될 돈이 있다면, 하자를 예방하는데 그 돈이 사용되길 바란다. 역설적으로 하자 없는 집이 제로에너지주택에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매년 단독주택의 하자를 보수하는데 들어가는 재료를 만드는데도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며, 누군가가 이동을 위해서도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어찌 보면 이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더 궁극적이 목적에 부합된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우선 하자 없는 집을 짓는다는 목적을 달성하고 나서 남는 비용이 있다면 사용에너지를 줄이는 쪽으로 비용을 배분하면 된다. 이런 마음으로 접근하면 제로에너지건물은 당장 실현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제도적 혜택과 보조금
그럼 패시브/제로에너지건물을 지으면, 혜택이 있을까? 사실상 없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은 있으나, 이 부분은 해당 기고문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현행 “지방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4조에 따라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에서 1등급을 받으면, 5년간 재산세의 3%를 경감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것을 비용을 바꾸면, 건물의 평가액에 따라 재산세가 달라지기는 하나, 5년간 약 20만원정도의 수준이다. 그러나, 이 경감액을 떠나서, 에너지효율등급인증을 받는데 약 80만원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므로 사실상 혜택은 전무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 앞으로는 보조금 등의 혜택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는가? 그것도 없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한데, 정부의 비용으로 공용목적의 도로를 만들어 주는 것은 가능하나, 건물에 보조금을 주는 것은 만만치 않다. 우선 개인 재산에 국가가 비용을 내는 것이 제도적으로 쉽지 않고,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극히 낮은 이자의 대출정책은 있어도, 직접비를 지불해주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제로에너지건물을 위한 국가보조금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맘 편할 듯싶다. 물론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도 이득이 생기는데 왜 안 해 주느냐고 항변을 할 만도 하지만, 원래 보조금으로 흥한 제도는 보조금이 없어지면 같이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국가는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다고 뒷짐만 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에너지정책의 실현을 위해 구축해야 할 인프라시설도 많기 때문에, 결국 보이지 않는 혜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기에 “지불가능한 범위 내에서 쾌적한 저에너지 건축물을 구현”하는데 있어서 놓쳐서는 안 될 것 들이 있는 것이다.
<출처: 한국패시브건축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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