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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TIP

[목구조 정보]나무는 썩지 않는다. 다만, 분해될 뿐이다.

by WITHHEIM 2021. 11. 22.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얘길한다. 나는 나무를 다루는 일을 하다보니 나무에 대해서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좀 민감하게 생각을 하는 편이다. 그래선지 나무의 성질도 모르고 하는 말들을 들으면 좀 불편하게 여겨진다.

예전에 쓴 글 중에 서양의 상량식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그들은 골조를 만들면 지붕 꼭대기에 나뭇가지를 하나 세워 두는데, 그 의미가 그 나뭇가지 아래의 골조는 나무의 뿌리 모양 계속 번성하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무로 이뤄진 집 자체가 가진 생명력 같은 것에 대한 사람들이 가진 애니미즘이 있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나무가 썩었다, 집이 썩었다는 식의 표현을 좋아하질 않는다. 왠지 그 집이 가진 생명력을 상실해 버린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또 단순하게 표현상의 문제일뿐만이 아니라 엄밀하게 따져보면 바른 표현이 아니다.

나무가 상하는 것을 부후(decay)되었다고 얘길 한다. 반면, 썩었다는 것은 부패(rot)되었다고 한다. 부후는 나무에 대해서 사용하는 단어이고, 부패는 고기나 채소 같은 것에 사용하는 말이다. 부패는 열, 온도, 햇볕 등에 의해서 단백질 같은 성분이 성질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변질, 즉 재료 자체의 성질이 변해 버린다는 이야기이다. 반면, 부후는 성질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곰팡이와 버섯에 의해서 나무의 주요성분이 먹이로서 분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부패는 자체의 성질이 변하는 것이고, 부후는 매개체를 통해서 그 성질을 잃어 버리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부패나 부후나 그 놈이 그 놈 같고, 어짜피 둘 다 결과는 못쓴다는 것 같은데 굳이 뭐 구별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부패는 사람에게 유익한 부산물을 만들어 내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부패와 발효로 구분한다. 그리고, 발효에 대해선 많은 연구를 하고 과정을 통제해 인간에게 유익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산업들이 발달을 해 왔다. 부패와 발효를 같은 것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뤄진 발전이고 성과물이다.

나무의 부후와 부패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한다. 나무가 부후가 된다는 것은 매개체와 환경 등을 통해서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나무가 그 성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나무에 대해선, 또 나무로 지어진 집들에 대해선 썩었다는 말보다는 부후되었다는 말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자신이 하는 말이, 사용하는 단어들이 그 사람과 그가 하는 일에 대한 인상과 평판을 만들어 낸다. 세상은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에 걸맞는 적당한 대우를 해 준다. 나무를 다루고 집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무의 변화에 대해서도 좀 품격있는 정제된 표현을 쓰는 것이 좋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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